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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가자
 
leeeunsim
 
5315
 
2008-07-30 10:37:46
 
바이칼 가자!/이은심시인







"산 것은 죽이고
죽은 것은 살리니..."시베리아 무당

1.


바이칼 가자!

근원을 잃은 가족이여,
잃어버린 나의 얼굴을 찾아
깊이모를 종족의 거울을 들여다 보자
자작나무 반짝이는 잎새 사이
떠도는 환인의 걱정스러운 눈빛,
깊고도 낮은 메아리로 울려 퍼지는
맑고 잔잔한 호면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업으로 얼룩진 혼령이
절로 씻겨지고 또 씻겨져
태초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으리


바이칼 가자!

내일을 잃은 가족이여,
메마르고 시들은 가슴을 위해
차고 맑은 샘물을 들이키자
해와 달과 별을 불러 내리던
환웅의 기백에 찬 목소리,
말 달리는 초원 여기저기 퐁퐁 솟는
시린 무지개샘을 마시노라면
눈보라 치던 역사의 업보는
천천히 말없이 가라앉고
신시의 솟대 위로 늠연히 떠오르는
아침해를 볼 수 있으리

2.

끝없이 펼쳐진 너른 초원을 지키는
자작나무숲들은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

어린 잎새 연둣빛 가시털 일깨우던 아침바람이
축복받은 샤만의 깃털, 단번에 떨어뜨리는 힘이 되니

이곳에서 일어났다 지는 아침해와 저녁해,
화려한 왕조의 깃발을 누가 보았다 할 것인가

떠도는 유목민들의 고된 삶의 숨결만이
멋모르고 나붓끼는 철없는 잎새들 사이
유령처럼 거침없이 떠돌아 다니는 날에...


3.

바이칼 가자!

우리의 혈흔이 까맣게 지워진
피 묻은 돌도끼 아득히 묻힌 곳,
사로잡힌 맘모스코끼리 제단 앞에서
싸우는 형제들의 비명소리 들려오니
그곳이 바로 인류의 감출 수 없는
원죄의 현장, 전쟁의 시발이 아니던가

예절과 도덕으로 무장된 너와 나,
부드러운 표정 짓는 위선의 가면 뒤
번뜩이는 이빨과 높이 세운 손톱은 무엇인가

제왕과 사제의 권위를
죽는 날 까지 악착같이 구하는
영웅적인 '나'의 야욕에 바쳐지는 희생물들,
찢겨진 고깃점을 핏물 든 이빨로
마지막 신음소리 까지 물어뜯는
감추어진 인간의 본성을 보노라

아,두려워라
인간의 죄를 대속한 예수의 피로도 모자라
신의 이름으로 십자군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의 끔찍한 죄악을 보라

원주민과 침략자들,
박힌 돌을 빼앗고 그 자리에
태연자약하게 들어 박히는 굴러온 돌의 위력을 보라
천 개의 고원을 넘어온 유목민의 진실을!

누가 옳고 누가 그르던가?
최초의 권력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충성이던가?
밀려오는 세력의 실체는 무엇이며
대세의 흐름을 타는 그들은 무엇인가?

누구의 크낙한 등에 업혀 가야
살아남은 자의 작은 깃발 아래
부끄러운 몸을 숨길 것인가
먼 훗날을 도모할 것인가

낮게 웅크린 자의 고뇌는
인류역사의 끝까지 그치지 않는 불꽃,
자기 안의 자기를 태우고
또 다시 남을 태우려 하리라

아니,부릅 뜬 검은 돌고래의 눈으로
후예를 걱정하던 선조들이
금수강산 곳곳에 물결치는 동해바다에 숨겨둔
아름다운 유서를 찾아 읽으리니

끝없는 무궁동 에서 들려오는
고조선의 목소리 나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다시 메아리치는 참된 기쁨을 맛 보나니
이 얼마나 오래된 진정한 유산인가


4.

네 안에서 일어난 하나의 생각이
쓰러진 너를 일으키고
미움으로 괴로와하는 그, 적이자 동지인 그와도,
다시 손 잡을 수 있는 위대한 힘이 되리니

그 하나의 작은 생각은
붓을 잡은 자의 손에서 나온 것인가,
사랑을 꿈꾸던 자의 가슴에서 나온 것인가,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자기 마음을 읽어 가듯이
남의 마음을 읽어내는 너는
분명코 생각하는 힘을,
생각하는 재능을 깆고 있나 보구나

비바람에 쓰러진 갈대가
한 줄기 아침햇살에
다시 가는 발목을 모으고
꼿꼿이 일어서듯이

생각하는 갈대로
찢겨진 가정을 꿰메고
부서진 지붕을 고치고
무너진 집을 일으켜 세우라

조선의 근원을 밝혀
통일을 구하는 일이
사랑의 소명을 받은 너의 운명,
시인의 몫이기 때문이리



5.

바이칼 가자!

내가 사는 이곳에
먹구름이 끼어도
천산의 영봉에는
시초의 무지개가 서리어 있으리

흩어진 우리의 마음의 맨밑바닥에
여전히 솟아나는 태양의 샘이 있기 때문이리

뜨겁고도 차가운 그 샘이
우리의 마음이 시릴 때면 온기로 덥혀주고
지나치게 소란스러울 때면
서늘한 찬샘을 머리위에 부어 주리니

시원의 바이칼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온갖 영묘한 약초 녹아 있는
지구 살리는 유일한 광천수 이기 때문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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